[담양신문] '정말일까?'라는 물음은 단순히 의심을 넘어서 독자의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사색하게 만듭니다.

시집을 읽다보면,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 한 컷과 짧고 강렬한 시인의 글이 잘 엮어진 굴비처럼 맛깔나게 느껴집니다. 《정말일까?》와 함께 일상의 맛을 찾아 떠나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소개 *

정물결의 디카시들은 자연 친화의 순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 자연의 모습이 끌어안고 있는 내포적 의미망을 걷어 올리는 데 열중하는 것이었다. 이를 시로 치환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과중한 언어의 무게를 제시하지도 않으며, 세상의 경물(景物)과 그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내면의 심상을 담담하면서도 치열하게 도출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방 도시의 면모와 그에 대한 깊은 애정,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가족들의 다양다기한 일상, 또 멀리 제주도에서 만난 시적 대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상을 진심갈력(盡心竭力)하여 디카시의 세계로 초치했다. 이 시집을 통해 좋은 디카시를 만난 기쁨을 누리면서, 앞으로 그의 시가 더욱 일진월보해 갈 수 있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 화양연화

대롱대롱 매달려 살아도 겨울이 좋았다
엄마 무릎 베고 누웠던 아랫목이 참 좋았다
노란별이 떠있는 아침,

싸락싸락 첫눈이 내린다.


시의 제목을 일러 ‘화양연화’라 했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청춘 시절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을 지칭할 때 이 말을 쓴다. 이는 2000년에 개봉된 홍콩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 더욱 유명하다. 시인은 이 언어적 의미를 눈 내린 겨울, 제주도 시골의 토담집 뒤꼍으로 이끌고 왔다. 흙과 돌로 된 외벽이 높고 초가의 지붕은 흰 눈을 이고 있다. 그 겨울의 한기를 헤치고 뜨락 귤나무는 노란 과실들을 매달았다. 사람 그림자 하나 없으나, 제주도 본연의 목가적 풍취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제주도적인 것이 가장 제주도에서 아름답다는 언사를 빌려 오면, 화양연화라는 어휘에 반대하기 어렵다. ‘싸락싸락 첫눈’이 내리는 날, 시인은 이를 ‘노란별이 떠 있는 아침’이라고 묘사했다.

* 김종회(문학평론가,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정물결 시인

정물결 시인

부산 출생이며, 고성한글디카시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디카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외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이병주국제문학제·개천예술제·제주국제감귤박람회의 디카시 공모전에 입상했다. 그런가 하면 형평문학제 시민백일장 시 부문 수상과 이병주 소설 입체낭독대회 대상 수상의 경력이 있다.

《정말일까?》는 1부에서 4부까지 나눠진 상상테마에서 어떤 관념적 묘사나 교훈보다도 '삶의 진심'을 조명하고 있다.

1부 '진주알 아카펠라'에서는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의 스토리를, 2부 '정말일까'에서는 경남 고성의 공룡 이야기들, 하동 북천과 지리산 섬진강의 풍경들, 3부' 푸른 사과, 오늘하고 더 하루'에서는 가족과 가정의 행복을 이루는 형상에 포커스를, 마지막 4부 '탐스러운 담벼락 아래'는 남쪽 제주에서 촬영되고 창작된 시들이 수록되었다.

아직은 덜익은 듯한 생소한 장르이지만 진심강렬한 디카시를 통해 마음이 풍성한 가을을 품을 수 있으리라. 정물결의 디카시와 어울려 기쁨의 물결에 발을 담궈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