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정 | 『기타, 둥둥』 | 시와사람

[담양신문] 광주의 문화 명소인 사직동 통기타거리를 무대로 한 소설 『기타, 둥둥』이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2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등고선」 당선으로 문단에 나선 채정 작가가 연작의 형식으로 완성한 장편소설이다. 같은 해 「벅수」로 여수해양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작가는 2022년 광주문화재단 기금 수혜와 2024년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 등 꾸준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속 문화공간의 흥망성쇠

『기타, 둥둥』은 40여 년간 포크음악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해온 통기타거리의 역사를 그려낸다. 노래방 문화의 등장과 유동인구 감소로 침체기를 겪었던 이곳은 2017년 시의 ‘골목활성화사업’ 지원으로 잠시 활기를 되찾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작가는 “끝없이 변화하는 체제에 맞춰 사람들의 의식도 변화하면서 밤 문화가 사라지고, 무형문화자원의 소멸이 시작된 곳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공간은 실제 통기타거리를 차용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허구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했음을 밝혔다.

음악으로 치유하는 삶의 애환

소설은 ‘가시리’, ‘조율’, ‘레옹’, ‘도나도나’, ‘여백’, ‘아지트’, ‘셋 둘 하나’ 등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속에서 통기타거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그려진다. “삶의 애환을 녹여내는 얘기도 있지만, 무작정 음악을 듣고 취하거나, 직접 하거나, 지난 시간에 젖어 술기운과 추억이 합세하게 되는 곳”이라고 묘사하며, 향수와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또 5·18을 소재로 한 장면에서는 “오월을 아파하는 애끓는 언어로 된 노래들”이 등장하며, 개인의 상처와 집단의 기억이 음악을 통해 승화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둥둥, 기억을 울리는 기타 소리

에필로그에서 자귀나무를 바라보는 뮤지션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마무리되는 이 소설은, 사라져가는 문화공간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제목의 '둥둥'이라는 의성어처럼 기타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듯, 이 작품도 광주를 넘어 전국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학평론가들은 “지역 문화의 변천사를 섬세하게 포착한 수작”이라며 “개발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깊이 있게 그려져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저자 소개 | 채 정

202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등고선」으로 당선, 같은 해 「벅수」로 여수해양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 가 있다.
2022년 광주문화재단 기금을 수혜하고, 2024년 아르코 발표지원에 「여름휴가」가 선정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