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담양군 용면 용연리 용추봉에서 발원해 영산강 하구까지 삼백리(136㎞)를 흐르며 서해 바다에 생명수를 토해내는 영산강은 광주와 전남의 젖줄이다.

강물 위에는 삼인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뭉실뭉실 꿈을 나르고 있다. 하천변에는 물억새 사이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흐르는 물줄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황로, 풀숲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삵, 물속에서 장난치는 청둥오리, 대나무에 매달린 청개구리, 금방이라도 놀라 도망칠 듯 조심스레 움직이는 고라니가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시름 다 잊어져 그들과 하나가 된 것 같다. 인간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들꽃들이 여기저기서 손짓하는 하천둑길을 걸어간다. 걷다가 서다가를 반복하며 가다 보면 일명 간지대길(양지교~와우교, 1㎞구간의 대숲 길)로 들어서게 된다.

겨우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자전거 도로 좌우로 대나무가 무성하게 하늘 높이 뻗어 있다. 그 길을 걸으면 청정한 바람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 마치 천국으로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와우교에서 증암천과 담양천이 만나는 합류지점까지의 와우리 방면 둑길에는 왕벚나무들이 잘 식재되어 있어, 봄이면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영산강 상류에 위치한 담양 하천 습지 보호지역으로 가는 초입 구간이다.

수북면 황금리 앞 하천 이미보어도에서 대전면 태목리 영산교를 지나 용산교 못 미친 대전면 입구까지의 0.981㎢ 면적은 하천습지 보호지역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하천습지 중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비교적 자연형 하천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대나무 군락지가 태목리 앞 하천 둔치에 분포하고 있다.

대숲 데크길을 따라 하천 유역으로 들어가면 하천습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수양버드나무 등 목본류가 밀생하며,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수달, 삵, 메, 큰기러기, 흰목물떼새, 흰뺨검둥오리, 큰고니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2004년 습지보호지구로 지정된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담양하천습지는 자연 그대로의 태고적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담양읍 삼만리를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면 황금밭이 있다는 전설이 떠오르는 장소이다. 이곳은 구룡(九龍)이 산다는 담양의 황금밭(황금리)으로 알려져 있다. 담양의 보물인 담양하천습지와 그 주변 자연 자원은 아직 그 가치와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수북면 황금리에서 봉산면 양지리로 이어지는 다리에서 익어가는 낙조를 바라보면, 금세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그리움이 밀려들고,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실화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오른다.

나흘간의 사랑을 일생의 사랑으로 바꾸어 가며, 단지 추억하고 또 추억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고통과 세월의 시련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프랜시스와 로버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본다.

담양의 보물을 어떻게 잘 다듬어 지역민들에게 이익을 주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솔직히 이곳의 생태학습장은 전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생태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또한 순천만습지보다 덜 인공적이고, 더 친환경적인 습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곳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하고 있지만, 담양군에서도 이를 잘 활용해 지역민뿐만 아니라 외래 탐방객들의 학습장으로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더불어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마케팅을 활성화하여 관광객을 유입시킴으로써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대나무가 없는 하천 둑길 구간에는 대나무를 심어 큰 간지데길을 조성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황금리에서 태목리까지 하천 둑길 주변을 매입하여 꽃밭을 조성하고, 관찰 데크의 조망권을 확보하며 충분한 주차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자전거 도로로 활용되고 있는 둑길을 습지 보호 구간에서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건강 황톳길로 조성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 김용주(옥토 밭)

이제 담양에 ‘메디슨 카운티 다리’를 만들어 보자. 소설 속 다리는 인간과 자연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주인공들의 사랑의 감정과 삶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담양 하천 습지는 인간과 자연을 잇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자연을 가까이서 체험하고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생태도시 담양의 이미지는 영산강의 맑은 물이 흐르는 담양 하천 습지에서 시작된다. 구룡(九龍)이 나르는 담양, 이곳에서 군, 지역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담양 하천 습지를 만들어간다면, 담양은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