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근 시인, 「물 한 잔이 놓여 있다」로 『문학들』 2024 작품상 수상 - 일상의 고요 속 존재의 떨림을 포착한 시 세계로 호평 - 시상식은 『문학들』 창간 20주년 출판기념회와 함께 오는 14일(금) 열려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2025년 11월 07일(금) 07:04

[담양신문] 전남 담양 창평에 거주하는 한종근 시인이 시 「물 한 잔이 놓여 있다」로 종합문예지 『문학들』 2024년 작품상을 수상했다.

『문학들』 편집위원회는 최근 발간된 제77호(2024년 가을호)를 통해 수상 사실을 알리고, 2025년 공식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학들 작품상’은 지역 문학 현장에서 창작된 작품을 중심으로 심사하는 순수 문학상으로, 지역 문단의 신뢰를 받아왔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한 해 동안 지면에 발표된 시들을 예심과 본심을 거쳐 검토한 끝에 한종근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물 한 잔이 놓여 있다」에 대해 “생의 끝단에 매달린 떨림을 섬세하게 수집한 작품”이라며 “물잔처럼 깨지기 쉬운 일상의 사물 속에서 간절한 생의 의지를 정갈하게 담아냈다”고 평했다.

고요 속의 존재를 담은 시 세계

수상작 「물 한 잔이 놓여 있다」는 “하늘은 푸르고 / 몇 점 구름 흘러가듯 민들레 씨 날리는 마당”으로 시작한다. 시인은 평범한 시골집의 풍경 속에서 “영산홍 지나 장독대 너머로 나풀거리는 / 나비를 바라보다 눈물” 흘리며 존재의 고독과 마주한다.

시는 “고요가 꽉 차 부푼 틈으로 / 페르소나 뒤에 있던 민낯이 새고 ” 있는 장면을 통해 내면의 진동을 포착한다. “제 발바닥에 붙은 고독을 핥고”있는 고양이, “한 번씩 뚝뚝 머리를” 떨구는 산비둘기 등 생명들의 고독한 움직임이 시인의 정서와 맞닿으며,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잠시 마당에 내려앉는 / 내 울음 터에 / 딱새가 혼자 운다”는 구절로 시를 맺는다. 시인은 “사과 한 쪽을 씹는 해골의 옆모습과 물 한 잔이 / 일기장이나 비파형 동검 혹은 구리거울처럼 놓여” 있는 장면을 통해, 고요 속에서 생의 의지를 되새기는 존재의 본질을 담아냈다.

“오롯이 혼자 있을 때 풍경은 일기장이 된다”

한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아내가 출근하고, 나 또한 출근하기 전 오전 동안 시골집이 오롯이 혼자 있는 공간이 된다”며 “그때 풍경은 일기장이 된다”고 말했다.

한 시인은 “나를 잊고 있을 때 흘러나오는 적나라한 나를 마주하면 허전하지만 동시에 벅차오른다”며 “눈물이 마르지 않기를 바라며, 불순물을 닦아내듯 내 울음 터를 관리하는 것이 시 쓰기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한종근 시인

문학의 뿌리, 놀이패 ‘신명’에서 시작된 길

전남 강진 출신의 한종근 시인은 1980년대 중반 놀이패 ‘신명’에서 활동하며 청년기를 보냈다.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희곡을 공부하던 중 시 창작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명금문학’ 동인 활동을 거쳐 2020년 『시와문화』를 통해 등단했다.

2023년에는 첫 시집 『달과 지구 아내와 나』를 출간해 일상의 결을 투명하게 담아낸 시편들로 호평을 받았다. 현재 한국작가회의와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문학들』 편집위원회는 “이번 수상이 작은 나비효과가 되어 한종근 시인의 시 세계가 앞으로 더욱 깊고 넓게 확장되길 기대한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한편 시상식은 『문학들』 창간 20주년 출판기념회와 함께 오는 14일(금) 광주 동구 미로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